하늘을 뒤흔들던 원숭이 왕 손오공이 단 한순간에 짓눌린 오행산! 부처의 손바닥에서 펼쳐진 희대의 내기와 500년의 참혹한 유폐, 그리고 그 거대한 바위산에 숨겨진 세상을 관통하는 비밀이 드러납니다.
[1화] 돌에서 태어난 자

오백 년이 넘도록 그 산 아래에서는 이따금 땅을 뒤흔드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지나가는 나무꾼이나 수행자들은 그 산 밑에 무언가 짓눌려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감히 그 정체를 확인하려는 이는 없었습니다. 산의 이름은 오행산, 다섯 손가락을 닮았다 하여 오지산이라고도 불렸습니다. 그 아래 짓눌린 것이 다름 아닌 한때 하늘까지 뒤흔들었던 원숭이 왕, 손오공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는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나타나게 됩니다.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전, 동승신주라는 땅의 화과산에서 시작됩니다. 그 산 정상에는 오래전부터 천지의 기운을 고스란히 머금은 신비한 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하늘과 땅의 정기가 수천 년에 걸쳐 그 돌에 스며든 끝에, 어느 날 그 돌이 갈라지며 안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튀어나왔습니다. 돌에서 태어났다 하여 스스로를 석후라 부른 이 원숭이는, 남다른 영민함과 담대함으로 금세 산속 원숭이 무리의 왕이 되었습니다. 왕이 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그는 죽음을 피할 방법을 찾아 바다 건너 먼 땅까지 스승을 찾아 나섰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만난 도인에게서 그는 손오공이라는 이름과 함께 칠십이 가지 변신술, 근두운을 타고 하늘을 나는 법, 그리고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묘한 재주를 전수받았습니다.
화과산으로 돌아온 손오공은 이제 그 어떤 요괴나 짐승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재주가 늘어날수록,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전에 없던 오만함 또한 함께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용궁으로 내려가 여의봉이라는 신비한 무기를 손에 넣고, 저승의 명부에서 자신과 원숭이 무리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대목에 이르러, 손오공의 방자함은 이미 하늘의 주목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천상의 옥황상제는 이 골칫거리 원숭이를 두고 대신들과 오래도록 의논을 거듭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논의의 끝에서, 하늘과 손오공 사이의 길고 긴 다툼이 마침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2화] 하늘과 맞선 원숭이

옥황상제는 처음에는 손오공을 회유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를 하늘로 불러들여 천마를 돌보는 필마온이라는 벼슬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손오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벼슬이 하늘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곧장 벼슬을 내던지고 화과산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하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큰 성인, 곧 제천대성이라 칭하며 반기를 들었습니다. 옥황상제는 다시 한 번 손오공을 회유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실제로 제천대성이라는 칭호를 정식으로 내려주며 그를 하늘의 반열에 앉혔습니다.
그러나 이 벼슬 역시 손오공에게는 그저 명목뿐인 자리였습니다. 하늘의 복숭아밭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된 그는, 서왕모의 잔치에 자신이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는 잔치에 쓰일 신선한 복숭아와 술을 모조리 먹어치우고, 급기야 태상노군의 단약까지 훔쳐 삼켜버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손오공의 몸은 그 어떤 불이나 칼로도 상처 입힐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하늘의 인내심은 이 사건을 끝으로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옥황상제는 마침내 하늘의 모든 신장과 천병을 동원해 손오공을 토벌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어떤 군세를 보내도 손오공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그의 몸은 이미 불사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고, 칠십이 가지 변신술 앞에서 하늘의 병사들은 번번이 농락당하고 말았습니다. 화과산 앞에서 벌어진 이 싸움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고 여러 날 이어지며 하늘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옥황상제는 결국 손오공을 붙잡아 하늘의 감옥에 가두고, 화형과 벼락, 갖은 형벌을 동원해 그를 없애려 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손오공의 몸에는 어떤 형벌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사십구 일 동안 불가마 속에 갇혀 있었음에도 그는 멀쩡히 살아 뛰쳐나왔고, 오히려 그 불길 속에서 사물의 참모습을 꿰뚫어보는 눈, 화안금정을 얻어 더욱 강해졌습니다. 하늘의 그 누구도 이 원숭이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옥황상제는 마침내 서방의 부처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습니다.
[3화] 손바닥 위의 내기

부처가 하늘의 요청을 받아 몸소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손오공은 코웃음을 쳤다고 전해집니다. 하늘의 그 누구도 자신을 당해내지 못했는데, 한낱 서방의 늙은 승려 하나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부처 앞에 나선 손오공은 자신이야말로 옥황상제의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며 당당히 큰소리를 쳤습니다. 부처는 그런 손오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용히 한 가지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다면 하늘의 자리를 넘겨주겠지만, 벗어나지 못한다면 순순히 그 오만을 거두라는 것이었습니다.
손오공은 이 내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자신은 단 한 번의 근두운으로 십만 팔천 리를 날아갈 수 있는 몸이었으니, 겨우 손바닥 위쯤이야 우스운 일이라 여긴 것입니다. 그는 곧장 근두운에 올라 있는 힘껏 하늘 끝까지 내달렸습니다. 한참을 날아간 끝에 다섯 개의 붉은 기둥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자신이 이 내기의 끝, 곧 천지의 가장자리에 다다랐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그 기둥 가운데 하나에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표식을 남기고는 의기양양하게 부처 앞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부처는 조용히 손바닥을 펼쳐 보였습니다. 그 손바닥 한가운데, 손오공이 그토록 자랑스레 표식을 남겼던 바로 그 기둥이 조그맣게 놓여 있었습니다. 손오공이 그토록 멀리 날아갔다고 믿었던 그 여정은, 처음부터 부처의 손바닥을 단 한 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손오공은 그 자리에서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미처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부처는 조용히 손을 뒤집었습니다. 그 순간, 부처의 손가락은 하늘 높이 치솟은 다섯 개의 봉우리로 변하여 손오공을 그대로 짓눌렀습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들던 제천대성은 그렇게 한순간에 거대한 산 아래 깔리고 말았습니다. 부처는 그 산에 오행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적 하나를 봉우리 꼭대기에 붙여 손오공이 결코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도록 봉인했습니다. 하늘과 땅의 정기를 머금은 돌에서 태어난 그가, 이제는 또 다른 돌 아래 깔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4화] 오백 년의 침묵

오행산 아래 갇힌 손오공에게 내려진 벌은 육신을 짓누르는 바위만이 아니었습니다. 배가 고프면 쇳조각을 삼키고, 목이 마르면 녹인 구리물을 마셔야 하는 형벌이 함께 주어졌다고 전해집니다. 한때 하늘의 복숭아와 신선의 술을 마음껏 취하던 그가, 이제는 오직 뜨겁게 달군 쇳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산 아래 깔린 채 움직일 수조차 없었던 그는, 오직 머리만을 겨우 내밀어 산 위로 스쳐 지나가는 구름과 새들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를 짓누른 산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처음 얼마간 손오공은 분을 이기지 못해 산을 향해 갖은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그 어떤 몸부림도 산의 무게를 덜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계절이 수백 번을 바뀌고 왕조가 몇 차례나 흥망을 거듭하는 동안, 손오공은 서서히 지난날의 오만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하늘의 자리를 넘보았던 그 치기 어린 야심이, 결국 스스로를 이 깊은 산 아래에 가두어버린 것은 아니었을지 하는 물음이 그의 마음 한편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 남해의 관음보살이 서방으로 불경을 구하러 갈 순례자를 물색하던 중, 오행산을 지나며 그 아래 짓눌린 손오공을 발견했다고 전해집니다. 관음보살은 그에게 한 가지 언질을 남겼습니다. 훗날 동쪽 땅에서 한 승려가 서방으로 불경을 구하러 이 길을 지날 것이니, 그때 진심으로 뉘우치고 그 승려를 도와 순례의 길에 나선다면 비로소 이 산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백 년에 가까운 침묵 속에서 이 말 한마디는 손오공에게 유일한 빛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그로부터도 다시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행산 아래 깔린 원숭이의 신음은 여전히 이따금 산기슭까지 새어 나왔지만, 그 곁을 스쳐 지나는 이들 가운데 그 정체를 알아채는 이는 드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나라 땅에서 출발한 한 승려의 발걸음이 마침내 그 산자락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관음보살이 남긴 언질이 현실이 되려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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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되찾은 자유

당나라의 승려 현장은 서방으로 불경을 구하러 떠나는 험난한 여정 중, 오행산 자락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산기슭에 다다랐을 때, 그는 산 아래에서 자신을 부르는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놀란 현장이 주위를 둘러보니, 산 틈 사이로 겨우 얼굴만을 내민 원숭이 한 마리가 그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손오공이었고, 오백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곳에 갇혀 있던 그가, 마침내 자신을 구원해줄 이가 나타났음을 직감한 것입니다. 손오공은 현장에게 자신이 오백 년 전 하늘에 맞섰던 제천대성이며, 관음보살이 남긴 언질에 따라 이제라도 지난 죄를 뉘우치고 서방으로 향하는 순례길에 동행하고 싶다고 청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현장이었지만, 산꼭대기에 붙어 있던 부적을 걷어내자 거짓말처럼 산이 흔들리며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백 년 동안 그를 짓누르고 있던 바위가 마침내 그 무게를 거두는 순간이었습니다. 손오공은 그렇게 산 아래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산에서 풀려난 손오공은 예전의 오만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이 여정의 의미만큼은 깊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장을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맹세하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후 관음보살은 손오공이 다시 함부로 날뛰지 못하도록 그의 머리에 금테를 씌우고, 현장에게 그 테를 조이는 주문을 알려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완전한 자유가 아니라 새로운 굴레였지만, 오백 년의 어둠에 비하면 그것은 분명 다른 종류의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손오공과 현장의 오랜 여정이 오행산 자락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훗날 이 둘은 저팔계와 사오정이라는 두 동행을 더 만나, 온갖 요괴와 시련을 함께 헤쳐나가며 서방까지 이르는 대장정을 완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오행산이 있었습니다. 하늘까지 뒤흔들던 오만한 원숭이가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된 곳, 그리고 그 돌이켜봄이 마침내 새로운 여정으로 이어진 곳이 바로 그 산이었습니다.
[6화] 손바닥이 산이 된 이유

부처의 손이 어째서 하필 다섯 개의 봉우리, 곧 오행산으로 변했는지를 두고 후대의 여러 해석이 전해집니다. 동아시아의 오랜 사유 속에서 다섯이라는 숫자는 쇠, 나무, 물, 불, 흙이라는 이 세상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근본 요소를 가리켰습니다. 아무리 강한 존재라 해도 이 다섯 요소로 이루어진 세상의 이치 자체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뜻을, 부처는 손오공에게 이 산의 형상으로 직접 보여준 것이라고 후대 사람들은 풀이합니다. 제아무리 근두운을 타고 하늘 끝까지 날아갈 수 있다 해도, 세상의 근본 이치 앞에서는 한낱 손바닥 안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또 다른 해석에서는 이 산을 마음의 다섯 가지 얽매임, 곧 사람의 몸과 마음을 이루는 다섯 가지 무더기에 빗대기도 합니다. 손오공을 짓누른 것이 실은 바깥의 거대한 바위가 아니라, 그 자신의 오만과 집착이 스스로 쌓아 올린 마음의 산이었다는 풀이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오백 년의 유폐는 단순한 형벌이 아니라, 날뛰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길고 긴 수행의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중국 여러 지역에는 저마다 이 오행산의 실제 위치였다고 주장하는 곳들이 남아 있습니다. 감숙성의 어느 산자락에서부터 하남성의 옛 절터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근거를 내세우며 이 전설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곳이 실제로 소설 속 그 산의 모태가 되었는지는 오늘날까지도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만큼 이 이야기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지역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려 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 각자를 짓누르고 있는 저마다의 오행산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쌓아 올린 것은 아닐까요.
줄거리 요약
동승신주 화과산의 신비한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 손오공은 도인에게 신선술과 변신술을 배워 원숭이들의 왕이자 불사의 존재가 됩니다. 오만해진 그는 용궁의 여의봉을 빼앗고 저승의 명부를 고쳤으며, 하늘의 필마온 및 제천대성 직을 거치면서 서왕모의 복숭아와 단약을 삼켜 하늘 전체에 반기를 듭니다. 하늘의 어떤 군사나 형벌도 그를 막지 못하자 옥황상제는 부처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부처는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나 보는 내기를 제안하고, 손오공이 하늘 끝이라 믿었던 기둥은 부처의 손가락이었습니다. 손바닥을 뒤집어 손오공을 다섯 봉우리 오행산 밑에 가둔 부처는 부적을 붙여 봉인합니다. 쇳물과 쇳조각을 먹으며 500년 동안 유폐된 손오공은 자신의 오만을 반성하게 되고, 관음보살의 언질에 따라 구원자를 기다립니다. 마침내 서방으로 길을 떠나던 당나라 승려 현장이 부적을 거두어 주면서 자유를 얻은 손오공은 현장을 스승으로 모시고 삼장법사의 구법 여정에 동행하게 됩니다. 오행산은 만물의 근본 이치인 오행과 스스로의 집착이 만든 마음의 산을 상징하며 참된 성찰의 무대로 남습니다.
듣고도 믿기 힘든 기이한 사건...충격적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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